시작은 단순한 목표였습니다: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
저는 꽤 오래 ‘절약은 곧 저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필요한 것만 사고, 외식 줄이고, 커피도 집에서 내려 마셨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돈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된 건, 어느 날 가계부 앱을 켜보고 나서였습니다.
분명히 아낀다고 생각했지만, 그때그때 지출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남는 돈을 저축하겠다’는 생각은 매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로 저는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쓰고 남는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빼놓고 쓰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그 단순한 전환 하나가 제 통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1. 월급날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저축은 자동이 아니라 의식입니다.
월급날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며칠 후면 그 돈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습니다. 저는 월급이 들어오면 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지출보다 저축을 먼저 실행하는 순서입니다. 제가 만든 루틴은 이렇습니다.
- 첫째,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에서 3개의 통장으로 자동이체
- 비상금 통장: 생활비 3개월치 목표, CMA 계좌로 운용
- 목표 저축 통장: 특정 목표(여행, 자격증 등) 명시 후 일정 금액 이체
- 투자성 저축: ETF/연금저축 계좌 등으로 정기 이체
- 둘째, 남은 돈으로 한 달 생활비 예산 세우기
- 식비, 교통비, 여가비 등 카테고리별 상한 설정
- 주간 단위로 점검하며 초과 시 조정
이 루틴을 통해 저축이 노력의 대상이 아니라, 습관이 된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3개월만 지나니 ‘남은 돈을 어떻게 쓸까’가 아닌, ‘이미 모은 돈을 어떻게 지킬까’로 마인드셋이 바뀌었습니다.
2. 지출을 줄이지 않아도 저축은 가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축을 위해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출을 줄이기보다 지출 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 커피를 매일 마시는 대신, ‘주 2회 외출 시만 허용’으로 바꿨습니다.
- OTT 서비스를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월별로 번갈아 구독했습니다.
- 쿠팡/마켓컬리/배달앱 등은 알림을 꺼두고, 장바구니에 3일 보류 후 구매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절약을 위한 극단적 통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위해 소비하고 있는지 자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매달 가계부를 기록하며,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나누고 변동지출 중 줄일 수 있는 항목만 소폭 조정했습니다. 이렇게 해도 매달 20~30만 원의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돈은 별도의 저축 통장에 넣고 ‘사용 금지’ 라벨을 붙였습니다. 그저 시선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통장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3. 목표가 있을 때 저축은 살아납니다.
저축이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왜 모으는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막연하게 “언젠간 필요하겠지”라며 저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돈은 다시 쉽게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목표별로 통장을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각 통장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 3개월 후 오사카 여행 통장
- 자기 계발비 통장 (토익 응시료 + 교재비 + 스터디카페)
- 부모님 생신 선물 통장
이렇게 이름만 바꿔도, 통장을 보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왜 돈을 모으는지 분명하니, 중간에 쓰고 싶은 충동이 줄었습니다. 특히 시각화는 저축 동기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통장별로 목표 금액, 남은 기간, 이체 계획을 캘린더나 플래너에 표시했고, 1주일 단위로 ‘성공 체크’를 하며 작은 보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4. ‘가끔’이 아니라 ‘꾸준히’가 저축을 키웁니다.
저축은 한 번 크게 모으는 것보다, 작게라도 꾸준히 쌓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득이 생기면 큰 금액을 한꺼번에 모으려 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쉽게 무너집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저축’을 생활화했습니다.
- 식비에서 남은 5천 원은 ‘잔돈 통장’으로 이체
- 앱테크나 포인트 환급금을 모두 저축 통장으로 이동
- 현금이 생기면 바로 저축함에 넣기
이런 방식은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저축에 대한 심리적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결국 저축도 운동처럼, 자주 반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1,000원이라도 이체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습관은 절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저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매달 실패했습니다. 지출이 터지면 저축은 늘 마지막 순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반복했습니다. 가장 좋은 저축 습관은 ‘쉽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강박 없이, 매달 조금씩. 목표가 생기고 루틴이 만들어지면 저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 됩니다. 지금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보다, 앞으로 꾸준히 모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돈은 모으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키기 위한 루틴을 만든다면, 그 어려움도 습관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