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적게 쓰는 삶’이 주는 이상한 자유
한 달 50만 원으로 산다는 말은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숫자입니다. 아무리 절약을 해도, 지금의 물가 수준에선 생존이 아닌 생존놀이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 달간의 실험은 끝났고,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공유드리겠습니다.
1. 지출의 우선순위, 정말 필요한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 달 50만 원, 하루 평균 1만 6천 원 수준입니다. 교통비, 식비, 통신비, 관리비 등 필수 지출을 먼저 정리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은 외식과 카페였습니다. 도시락을 직접 싸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계란, 두부, 채소, 현미밥, 김치. 단출하지만 건강한 식단이었습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오히려 몸은 더 가벼워졌습니다. 식비를 주간 단위로 예산을 나눠 쓰며, 지출 통제를 시작했습니다. 시장과 마트를 번갈아 다니며, 어떤 물건이 어디서 더 싼 지를 알게 됐습니다. 사치라고 여겼던 커피 한 잔도, 꼭 필요한 순간에만 마셨습니다. 그랬더니 커피는 중독이 아닌 위로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생활에서 깨달은 것은 단순합니다.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 중 절반 이상은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점입니다.
2. 소비를 멈추니, 생각이 돌아왔습니다
지출을 줄이니 소비 욕구가 줄어들었습니다. TV와 유튜브 속 광고는 여전히 나를 흔들었지만, 그 속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사야 할 것보다 버려야 할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됐습니다. 옷장을 열어 보니 2년 넘게 입지 않은 옷들이 수북했습니다. 중고거래를 통해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면서 소소한 현금이 생겼습니다. 그 돈은 다시 식비로 쓰였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 소비하지 않겠다는 룰을 세웠습니다. 주간 예산이 넘어가면, 그 주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이 재미있어졌습니다. 돈을 쓰지 않는 놀이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중에는 하루 동안 한 푼도 쓰지 않는 날이 생겼습니다. 소비가 줄자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무언가를 사야 안정감을 느끼는 소비 심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3. 절약은 결핍이 아닌 선택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절약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절약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소비를 줄이자 시간도 여유로워졌습니다. 카페에 앉아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대신, 공원 산책이나 독서를 즐기게 됐습니다. 주말마다 했던 무의미한 쇼핑은 사라졌고, 그 시간에 부모님과 통화하거나, 밀린 글을 정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돈을 적게 쓰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곳에 쓰지 않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요. 한 달 50만 원은 결핍의 상징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오히려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방법이었습니다.
4. 실전 팁: 한 달 50만 원으로 살아가는 방법
실제 생활에서 도움이 됐던 방법들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 주간 예산제: 50만 원을 4주로 나눠 12.5만 원씩 사용했습니다. 주마다 남은 예산은 다음 주로 이월했습니다.
- 장보기 전에 냉장고 점검: 있는 재료로 요리하는 습관이 절약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 통신비 절감: 알뜰폰으로 바꾸고, OTT도 한 개만 유지했습니다.
- 교통비 줄이기: 무리해서 걷거나, 자전거를 활용했습니다. 하루 3천 원만 아껴도 월 9만 원이 절약됐습니다.
- 소비 유혹 줄이기: 온라인 쇼핑앱, 배달앱, SNS를 잠시 지웠습니다. 놀라울 만큼 유혹이 줄었습니다.
이런 습관들을 실천하면서 저는 한 달에 50만 원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유롭진 않았지만, 그만큼 삶의 중심이 돈이 아니라 나로 바뀌었습니다.
마무리하며 – 돈이 아니라 삶을 절약하고 있었습니다
이 도전은 돈이 없어서 시작한 절약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내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더 가지려는 욕심을 내려놓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한 달 50만 원은 숫자였고, 그 안에서 저는 저를 다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로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고, 필요한 것만 갖고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물론 다시 예전처럼 소비하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적게 쓰는 삶이 선택 가능한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선택지를 종종 꺼내보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건 결국, 자유를 위한 또 하나의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